그러나 가구 디자이너나 조명기구 디자인을 꿈꾸는 젊은 디자이너에게는 이런 등용문이 많지가 않다. 그러다 보니 역량 있는 젊은 디자이너 지망생이 진로를 찾지 못해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부지런히 찾는다면 어딘가 길은 있게 마련이다. 이런 가구 디자이너와 조명기구 디자이너들에게 꿈을 이룰 기회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통로가 바로 매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SaloneSatellite’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SaloneSatellite’는 매년 개최되는 가구 및 조명기구 디자인 전시회다. 전시 장소는 밀라노국제가구전시회와 밀라노국제조명전시회가 개최되는 바로 그 자리인 밀라노전시장이다.

밀라노전시회장 안에 있는 파빌리온 22~24가 ‘SaloneSatellite’가 열리는 장소이다. 독특한 것은 이 전시회에는 아무나 참가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SaloneSatellite’참가할 수 있는 사람은 35세 미만의 디자이너이다. 참가 분야는 가구, 조명, 패션 등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지 대학교나 디자인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이나 졸업생으로서 35세를 넘지 않은 사람이면 일단 참가자격이 있다. 

그러나 전시회가 열리기 전에 미리 작품을 제출해서 세계적인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기자, 미술관 큐레이터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선정위원회에서 전시작품으로 선정된 작품의 디자이너나 디자인회사만이 ‘SaloneSatellite’에 참가가 허용되는 것이다.

작품 선정은 1차 국가별 심사와 2차 전체 심사 등 2단계로 이뤄진다. 올해는 이런 선정과정을 통과한 650여명의 디자이너가 ‘SaloneSatellite’에 전시부스를 마련할 수 있었다.
‘SaloneSatellite’를 개최하는 목적은 말 그대로 신진 디자이너를 등용하는 것이다.

다만 등용의 방법이 일반 공모전과는 상당히 다르다. 매년 전시회 때마다 전시된 작품 중에서 3개의 작품을 골라 5,000유로의 상금을 수여한다. 우승자는 우승한 작품에 대한 최대한의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컨설팅 및 언론사의 서비스를 받을 자격을 얻게 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년 열리는 밀라노국제가구전시회나 2년에 1번씩 열리는 밀라노국제조명전시회, 밀라노주방 및 욕실전시회에 참가한 업체와 신진 디자이너들을 직접 연결시켜준다는 것이다. 

가구전시회나 조명전시회에 참가한 업체의 경영자와 디자이너들은 ‘SaloneSatellite’에 참가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보고 자기 회사의 디자이너로 채용하거나 협업 계약을 맺고 제품 개발에 참여하게 한다. 말하자면 ‘SaloneSatellite’는 신진 디자이너가 기성의 업계에 진출하는 취업 통로인 동시에, 비즈니스 파트너를 발굴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SaloneSatellite’를 통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장한 인물들도 많다. 프랑스의 Matali Crasset과 Patrick Jouin부터 핀란드의 Harri Koskinen과 Ilkka Suppanen, 일본의 Tomoko Azumi와 Nendo, 미국의 Sean Yoo와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은 젊은 디자이너가 10 명 이상 있다. 올해‘SaloneSatellite’는 4 월 4 일부터 9 월 4 일까지 진행된다.
/김중배 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