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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배 조명칼럼
기술의 조명, 예술의 조명
한국건축신문 기사입력  2018/03/02 [16:14]

 

 

고대 그리스의 의학의 비조(鼻祖)인 히포크라테스는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지켜야 할 덕목을 집약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모든 의사는 의사가 됐을 때 가장 먼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것을 전통과 명예로 삼아 왔습니다.


지금도 의사들은 의료직에 입문하면서 “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로 시작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합니다.


이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바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서양의 금언(金言)입니다. 이 금언을 있는 그대로 풀이하자면 “인생은 짧다. 하지만 예술은 길다. 그러니 부지런히 공부하고 익혀서 예술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무엇인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인생이 짧고 예술이 길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도대체 인생과 에술 간의 상관관계가 무엇인지 머리에 쏙 들어오지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번역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히포크라테스가 쓴 문헌에 나오는 문장이라고 합니다. 원래 그리스어로 쓴 이 문장을 영어로 옮기면 “The art is long, life is short, opportunity is fleeting, experiment is uncertain, judgement is difficult.”가 된다고 합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기술은 길고, 인생은 짧고, 기회는 빨리 지나가고, 실험은 불완전하고, 판단은 어렵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즉, 그동안 우리가 예술이라고 알았던 ‘Art'가 사실은‘기술’이라는 얘기입니다. ‘아트’를 예술이 아니라 기술로 해석하면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의 뜻이 비로소 일목요연해집니다. “의술은 사람을 진료하는 기술이고, 습득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반면에 인생은 짧다. 그러니 열심히 기술 공부와 연마에 정진하라”고 제자들을 독려하는 히포크라테스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이 떠오르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기술을 배우고 익혀서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말 그대로 평생을 걸고 정진을 해야 비로소 일가(一家)를 이룰 만큼 어려운 일이지요.


그리고 히포크라테스는 의료에 관한 기술에 대해 말을 했습니다만, 비단 의료기술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기술이 습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조명 기술도 그렇습니다. 인류가 불을 만들기 시작한 이래 수 만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불을 만드는 기술은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면서 지금의 조명 기술이 됐습니다.


문제는 조명 기술이라는 것이 끊임없이 새로 생기고 없어지기를 반복한다는 것입니다.

 

토마스 에디슨이 1789년 10월 21일에 발명한 탄소 필라멘트를 사용하는 백열전구도 세월이 흐르면서 형광램프로, 할로겐램프를 거쳐 삼파장 형광램프로, 다시 코일식 전자유도램프를 지나 반도체램프인 LED램프로까지 진화했습니다. 게다가 다음 세대의 램프인 OLED램프(OLED조명)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조명 기술을 따라잡으려면 밤을 새서 평생을 공부해도 모자를 지경입니다. 더욱이 요즘은 조명 기술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음성인식 같은 첨단 기술과 스마트시티 같은 최신 시스템까지 하나로 융복합이 돼서 전혀 새로운 제품과 시스템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조명에 몸 담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 것이 바로 지난 2월 9일 개막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입니다.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조명올림픽 개막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조명 기술과 조명 제품이 대거 사용됏습니다. 그런 개막식을 보면서 전 세계 사람들은 조명으로 연출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보고 감동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조명의 기술이 조명의 예술로 한 차원 승화한 것이지요.


지금 조명은 기술의 범위를 뛰어넘어 예술의 단계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조명 기술의 예술화는 인류에게 더욱 즐겁고 재미있고 가치 있으며 행복한 ‘그 무엇(Something)'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조명 기술을 더욱 배우고 익히며 연마해서 예술의 경지로 이끌어 나가는 것입니다. 많은 조명인 여러분의 정진(精進)을 기대합니다.

/김중배 발행인 겸 편집인

기사입력: 2018/03/02 [16:14]  최종편집: ⓒ architectur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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