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조명업계에서 레드밴스의 약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2018 광조우국제조명전시회’에 참가한 레드밴스의 전시 부스.(사진=김중배 大記者)     © 한국건축신문

모든 기업에게는 한 가지 공통의 목표와 과제가 있다. 그것은 어떤 경우,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에게 생존은 전부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고, 제품이 우수하고, 시장에서 인기가 좋아도 기업이 망하고 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데 지금 국내 조명업체들의 생존이 극도로 위험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국내 조명업체들은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찾아보자.

 

 

오스람이 매각한 ‘LED램프’ 사업을 갖고 2년 전 출발한 레드밴스
단 2년 만에 유럽 10위권 조명업체로 떠올라, 세계 10위도 눈앞에
조명사업과 경영, 투자 등 3개의 전문성을 갖춘 것이 약진의 비밀

 

 

이 세상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업의 세계’야 말로 바로 그런 곳”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사업의 세계’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빈번하게 생기는 곳이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다 망해 가던 업체’들이 경영자(CEO)가 바뀌거나, 다른 회사에 매각되거나 한 뒤에 ‘기사회생’에 성공해 업계를 선도하는 강력한 업체로 다시 등장하는 사례다. 예를 들어서 일본의 ‘파나소닉’이나 ‘JAL'이 그런 예에 속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레드밴스의 약진
세계 조명업계에서도 이런 일은 벌어진다. 그런 일 가운데 하나가 ‘레드밴스’이다. 레드밴스는 원래 세계적인 조명기업 오스람의 ‘램프 부분’사업부였다. 오스람은 이 램프 사업 부분을 떼어내 2016년에 분사(分社)시켰으며 2016년 7월에 중국 투자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이 완료된 것은 2017년 3월이다.

이 때 레드밴스를 구입한 것은 ▲투자사 IDG Capital Partners (IDG) ▲중국 조명 회사 MLS Co., Ltd. (MLS) ▲금융 투자사 Yiwu State-Owned Assets Operation Center (Yiwu)로 구성된 중국 컨소시엄이다.

이렇게 출발한 레드밴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했다. 일부에서는 “오스람이 왜 레드밴스를 분사시켰다가 결국 매각을 했을까?”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레드밴스의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흐르는 사이에 레드밴스는 일부에서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순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그 사이에 레드밴스가 유럽의 10위권 조명업체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또한 레드밴스는 세계 10위권 조명업체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레드밴스는 약 19억유로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레드밴스의 움직임은 지난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렸던 ‘Light+Building 2018(2018 프랑크푸르트국제조명전시회)’와 지난 6월 중국 광조우시에서 열렸던 ‘2018 제23회 광조우국제조명전시회’를 통해서 공개된 바 있다.

‘Light+Building 2018'과 ’2018 광조우국제조명전시회‘는 올해 상반기에 열렸던 모든 조명전시회 가운데 가장 중요한 2개의 전시회였다. 이 2개의 전시회에서 레드밴스는 출범 당시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출범 초기의 주력 제품이었던 'LED램프’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벗어나 ‘종합 조명 기업’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LED램프’업체에서 ‘종합 조명 기업’으로 변모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주택, 오피스, 상점, 옥외 등 모든 조명 분야에서 광원(램프), 완제품(조명기구), 조명 제어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일목요연한 제품 공급 구조를 갖추었다는 부분이다. 이것은 레드밴스가 ‘램프 사업’을 토대로 출범했지만 더 이상 ‘램프 업체’로만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LED램프 전문 업체’의 변신은 이미 보편화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의 대형 LED램프 전문 업체였던 ‘룩스람(LUXRAM)' 역시 올해 ’광조우국제조명전시회‘에서는 LED램프뿐만 아니라 주택, 상점, 오피스, 도로 등 모든 조명 분야에서 완성품(조명기구)를 출품한 바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레드밴스가 ‘LED램프’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모든 분야의 모든 조명 제품을 다 생산, 공급하는 종합 조명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려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레드밴스의 최근 동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왜냐 하면, 다른 회사가 매각한 사업이나 사업체를 인수해서 회사를 더욱 키운 일종의 ‘성공사례’인 까닭이다. 만일 오스람으로부터 사업을 넘겨받은 레드밴스가 부침을 거듭하면서 사업이 축소됐다고 하면 전 세계 조명산업이라는 관점에서는 ‘확실한 손실’로 평가됐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레드밴스의 약진이 “어떻게 해서 가능했느냐?” 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레드밴스가 오스람에서 분사를 거쳐 매각되기까지의 스토리 속에는 어느 정도 “비전이 없는 사업 부문을 떼어내서 판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고 해서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레드밴스는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을 인수해서 ‘역전의 기회’로 삼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레드밴스가 지난 2년 동안 보여 온 성장세의 토대는 무엇이었을까?

첫째 원인으로는 레드밴스를 인수한 투자 컨소시엄이 조명 제조업체와 자본 투자자의 결합이었다는 점을 꼽을 수가 있다.

투자 콘소시엄 중 하나인 MLS는 LED칩 메이커로 급성장한 업체이다. 따라서 조명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했다고 봐도 좋다. 나머지 2개의 투자자인 IDG와 Yiwu는 투자 및 금융 분야의 전문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제조사업체와 투자사업체 간의 결합인 것이다.

이런 사업적 결합은 시장의 흐름에 대한 분석과 대처가 빠르고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오로지 조명 사업만 하던 업체가 사업을 인수했을 때보다 투자, 경영, 관리, 마케팅이라는 관점에서 훨씬 전문성을 가질 수가 있다.

 

이런 점들은 레드밴스가 사업의 방향을 새로 설정하고 투자하고 시장을 확대하는데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즉, 조명 사업과 경영, 투자라는 3개 요소의 결합이 레드밴스가 약진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라는 얘기다.

◆조명과 경영, 투자 등 3개 요소 확보해야 생존 가능
이와 같은 레드밴스의 사례는 세계 조명산업과 조명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부침을 거듭하는 조명업체들에게 “앞으로 과연 무엇이 중요하고 진정한 능력인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것은 바로 ▲조명 사업에 관한 탁월한 전문성 ▲경영의 전문성 ▲투자자 확보의 전문성 등 ‘3개의 전문성’이다. 여기서 ‘전문성’이란 바로 ‘경쟁력’을 의미한다.

이 세상의 모든 조명업체들은 단순한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거기에는 경영이나 투자자를 통한 자금의 확보 같은 부분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직 “좋은 제품을 만들면 팔린다”는 제조업체의 기대감 또는 본능이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렇게 ‘제조만 해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조명산업과 조명시장에 많은 업체들이 몰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렇게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거나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명 역량 외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해졌다. 그 ‘플러스 알파’가 무엇인가를 레드밴스는 이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레드밴스가 출범한 지 이제 겨우 2년이란 시간이 지나갔을 뿐이다. 그리고 세계의 조명산업과 조명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거나, 누가 이 경쟁에서 최종 승리자가 될 것인가를 지금 정확하게 점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레드밴스의 향후 성공 여부를 떠나서 이 세상의 모든 조명업체들이 앞으로 세게 10대 조명업체 또는 세계의 1군 조명업체 그룹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과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가 하는 것만큼은 분명해졌다. 그것은 조명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탁월한 경영 능력, 그리고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확실한 투자자(돈줄)이다.

앞으로 세계의 조명산업과 조명시장을 앞장 서서 이끌고 지배할 업체는 이 3가지를 모두, 남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갖춘 업체가 될 것이다.
/김중배 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