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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명시장에 등장한 베트남 조명 업체 … 그 의미와 대책은?
“‘협력’할 것이냐? ‘경쟁’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다”
한국건축신문 기사입력  2018/11/21 [07:00]
▲ 사진은 ‘2018 홍콩국제조명전시회(가을 에디션)’에서 중국 업체와 상담을 하는 해외 바이어들.(사진제공=홍콩무역발전국)     © 한국건축신문

최근 국내 조명시장에 큰 변수 하나가 등장했다. 60년 역사와 현대화 된 생산설비, 막대한 생산 능력을 갖춘 베트남 1위 조명 업체 ‘랑동라이팅’이 한국 조명 업체들의 ‘좋은 파트너’를 자처하면서 한국 조명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빠른 최저 임금 상승에 밀린 중국의 조명 업체들 중 상당수가 이미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한 상황에서 베트남 1위 조명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이 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뛰어난 생산시설과 생산능력,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장점
한국의 ‘기술’과 베트남의 ‘낮은 가격’ 결합이 최상책
내수시장에만 안주한다면 베트남과의 협력도 큰 의미 없어

 

1980년대 말까지 세계 조명시장에는 3종류의 제품이 공존했다. ▲기술과 품질이 뛰어나면서 가격이 높은 고급 제품(High-end product) ▲기술과 품질이 낮은 대신 가격이 싼 저급 제품(Low-end product) ▲기술과 품질이 중간 수준이면서 가격도 중간 정도인 중급 제품(Mid-range product)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3중 구조에서는 고급 제품과 저급 제품, 그리고 중급 제품들이 공존할 수가 있었다. 기술과 품질이 뛰어나면서 가격도 높은 고급 제품이나 기술과 품질, 가격이 모두 낮은 저급 제품을 찾는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에 기술과 품질, 가격이 중간인 중급 제품을 찾는 소비자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는 1990년대 초반에 대만의 조명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기술이나 품질은 중간 수준이지만 가격은 낮은 대만 조명 업체들의 제품이 세계의 조명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하지만 1994년부터 1996년 사이에 대만 조명 업체들 중 80% 이상이 중국 광동성의 동관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중국 조명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가격이 대만 제품보다 더 저렴한 중국산 제품들이 세계의 조명시장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런 세계 조명시장의 구조 변화는 사실 한국 조명 업체들에게는 위기였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한국 조명 업체들은 무사히 넘겼다. 그 이유는 중국산 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기술이나 품질도 보잘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나타나자 일부 한국 조명 업체들이 한국에서 제품 생산을 줄이는 대신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국내 시장에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내 생산을 줄이고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공급하면 한국 제품과 중국 제품 간의 가격 차이만큼 이익을 늘리거나, 제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조명 업체들이 받는 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또 일부 바이어들이 가격이 싸더라도 품질이 낮은 중국 제품보다 가격이 높지만 그 대신 품질도 중국 제품보다는 높은 한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도 한국 조명 업체에게는 도움이 됐다.


◆‘고품질 저가격’의 중국산 제품이 가장 큰 위협요인
하지만 이런 상황은 이제 끝나가고 있다. 변화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중국산 조명 제품의 품질 향상이다. 중국산 제품의 품질이 높아지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산 제품은 “품질은 한국산 제품과 비슷하지만 가격은 더 싸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반면에 “한국산 제품은 품질 수준은 중국산과 비슷한데 가격은 훨씬 비싸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상황이 더 좋지 않은 쪽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이탈리아 같은 조명 선국국의 업체들이 품질은 이탈리아 같은 유럽 수준이면서 가격은 중국산에 가까운 제품을 최근에 쏟아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유럽 업체들의 등장은 세계 조명시장에 아주 커다란 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는 “품질은 유럽산, 가격은 중국산”이란 공식이 당연한 것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 중국의 임금과 공장 임대료도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산 조명 제품의 가격도 상승할 것이다. 그러면 한국 조명 업체들도 중국 조명 업체들과 경쟁을 해볼 만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한국 조명 업체들의 예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런 변화의 결과 한국의 조명 업체들은 “가격은 중국산 제품 수준에 맞추고, 품질은 유럽산 제품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2개의 힘겨운 과제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해외 시장은 물론 내수 시장에서조차 발을 붙이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베트남 조명 업체
여기에 더욱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생각지도 못 했던 베트남 조명 업체들의 한국 진출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6일 베트남 1위의 조명 업체인 ‘랑동라이팅(Rang Dong Lighting)'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기업 및 제품에 대해 소개하는 워크샵을 열고 한국 조명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 자리에서 랑동라이팅 관계자는 “이제는 중국 제품보가 가격이 싸지 않으면 세계 어디서도 제품을 판매할 수가 없다”고 선언하고, “기술과 품질, 가격은 한국 조명 업체들이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맞춰줄 수 있다. OEM이나 ODM으로 베트남에서 생산을 하면 중국산 제품의 가격을 따라잡을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런 상황이 국내 조명 업체들에게 마이너스인 것만은 아니다. 중국산 제품을 들여오는 것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베트남에서 OEM이나 ODM으로 조명 제품을 만들어 올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중국에서 조명 제품을 OEM 또는 OEM으로 생산해 들여오거나 아예 완제품을 수입해 왔던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근로자 임금보다 베트남 근로자의 임금이 훨씬 낮은 까닭이다. 최근에 정부가 근로자의 최저 임금을 대폭 올리는 바람에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하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내 조명 업체로서는 베트남 조명 업체가 파트너를 자청하고 나선 것은 오히려 환영을 하고도 남을 일일 수도 있다.


중국이 됐건, 아니면 베트남이 됐건, 지금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조명 제품을 만들거나 수입해 올 수 있다면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를 만나는 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앞과 뒤를 재지 않고 오직 “기업은 사업을 해서 이익을 남기면 그만이다”라는 생각을 할 때 그렇다는 얘기다. 기업의 1차적인 목표는 회사의 생존과 이익의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그 방법이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베트남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들여오는 것이 이익을 더 많이 남기거나, 아니면 최소한 제품의 판매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대만과 중국이 세계의 조명시장에 등장한 이후 한국 조명 업체나 업계 산업이 어떤 길을 걸어 왔고, 어떤 상황을 겪어 왔는가를 되돌아본다면 베트남 조명 업체의 한국 진출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무래도 달라질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한국의 조명이 중국 업체와 제품을 가격에서 이길 기회를 또 다시 미뤄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는 까닭이다. 특히 한국에서 한국의 기술로 만든 조명 제품을 앞세워 세계 조명시장에 나가 승부를 해야 한다는 장기적인 안목과 시각에서 볼 때 베트남 조명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은 부담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내수시장’에만 매달리는 국내 조명업체들의 패턴도 문제
그동안 중국산 제품에 밀려서 수출 시장에는 나갈 엄두도 못 내고, 내수 시장마저 상당 부분 중국산 제품에게 내줘야 했던 ‘중국 공포’가 ‘베트남 공포’로 바뀌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 조명 업체들의 ‘내수시장 중심의 사업 방식’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조명 업체들은 중국에서 OEM을 하거나, 완제품을 수입하거나, 부품을 들여와서 조립을 하거나를 막론하고 그 소비처를 오로지 내수시장으로 잡아왔다. 반면에 이런 식으로 들여온 중국산 제품을 해외로 다시 수출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오로지 한국의 조명 업체들이 중국산을 수입해 올 와서 내수시장에서 소비했다는 것은 뿐, 수출은 하지 못 했다는 것은 엄밀하게 말해서 2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한국의 조명 시장이 실제로는 중국산 조명 제품의 소비시장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둘째는, 한국의 조명 제품 제조 산업이 그만큼 기반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 두 개의 말을 하나로 묶으면 국내 조명산업이 모래 위에 쌓아올린 성(城)처럼 극도로 허약해졌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산 제품보다 더 저렴한 베트남 조명 제품들이 국내 조명 시장에 들어올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 조명업체 앞에 놓여진 ‘2개의 선택지’
이런 상황에서 국내 조명 업체나 조명 업계, 조명 산업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말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사실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조명 업체가 사업을 해서 이익을 남긴다는 차원에서만 본다면 베트남 조명 업체가 한국에 상륙하는 것은 이익이 되면 됐지 손해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매우 근시안적인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국내 조명 업체들이 베트남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제품의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생산해내지 못 한다면, 한국의 조명 업체들로서는 오로지 베트남 산 제품을 일방적으로 수입하거나 OEM 및 ODM으로 조명 제품을 만들어 오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의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된다면 국내 조명 산업은 더 이상 제조산업이라고 부를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마는 셈이다.


물론 베트남 조명 업체의 등장이 국내 조명 업체나 조명 산업으로서는 좋은 기회가 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 조명 업체들이, 만일 베트남 조명 업체들보다 월등하게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한국의 높은 기술과 베트남의 낮은 가격을 결합해서 해외 시장을 공략해 나가는 계기로 삼을 수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해외 시장에서 경쟁해 이길 수 있는 길을 국내 조명 업체들이 과연 선택할 것이냐?” 하는 것은 미지수다. 왜냐하면, 베트남에서 조명 제품을 수입해 오거나 OEM 및 ODM으로 생산해서 수출하려는 나라는 한국뿐만이 아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조명 업체들은 “가격은 베트남 산에 맞추고, 품질은 유럽산에 맞춰야 내수 시장이나 수출 시장에서 생존할 수가 있다”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베트남 제품 가격에, 유럽 제품의 품질”이라는 것은 말을 하자니 그렇다는 것이지,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나 진배없다. 현재로서는 실현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제3의 길’은 없을까?
그렇다면 얘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베트남 조명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에 국내 조명 업체들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 것인가?”란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상황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길은 2가지이다.


첫째는 한국의 기술과 디자인으로 개발한 제품을 중국이나 베트남 등 생산비용이 적게 드는 나라에서 만들어 해외 시장에 내다 파는 방법이다. 다만 이 방법은 가격경쟁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과연 얼마나 지속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둘째는 아예 더 이상 중국산이나 베트남산 제품과의 벌이는 피말리는 경쟁 구조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더 이상 가격 경쟁을 하지 않고 한국 조명 업체들이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는 소위 ‘제3의 길’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데에는 아직까지 의문이 있다. 그러나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이 방법이야 말로 국내 조명 업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인 동시에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만큼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1964년 일본 도쿄올림픽대회를 앞두고 일본의 한 과학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나라는 미국에서 시작해서 일본을 거쳐 한국, 대만, 중국으로 계속 이동할 것이라고.


그 과학자가 예견한대로 세계시장을 장악한 국가는 미국, 일본, 한국, 대만, 중국까지 이어져 왔다. 이제는 대만을 지나 베트남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한국의 조명은 어디로 가야 할까? 앞에서 우리는 이미 그 해답을 보았다. 하지만 해답을 안다고 해서 그 해답대로 실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대목에 한국 조명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진짜 고민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김중배 大記者

기사입력: 2018/11/21 [07:00]  최종편집: ⓒ architectur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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