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과 ‘정보’를 추구하는 대신 접촉을 거부하고 온라인으로 몰려드는 소비자들의 행태이다. 사진은 2018년에 열렸던 ‘2018 프랑크푸르트국제조명전시회’의 현장.(사진제공=메쎄 프랑크푸르트) © 한국건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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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아주 작은 일이 계기가 돼서 엄청나게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이 벌어진다. 애플이 만든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기계 하나가 세상을 순식간에 바꿔놓은 것이 좋은 예이다. 이런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그 변화의 주범은 ‘코로나19’다. 우리가 아무리 부정을 해도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과 발생한 후의 세상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불과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이 세상을 180도로 바꿔버린 ‘코로나19’. 과연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고, 앞으로는 또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누가 ‘코로나19’ 환자인지 안심할 수 없는 ‘공포의 시대’에 돌입
사람들은 ‘안전’부터 챙기고, 사람 간 접촉은 최대한 피하려 들어
믿을 수 있는 ‘정보’ 와 ‘온라인 서비스’ 제공이 기업 생존의 길
“잠을 자고 나서 아침에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더라”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영국의 낭만파 시인인 바이런이 한 명언이다.
그런데 바이런의 이 말과 같이 “자고 나니 세상이 순식간에 바뀌었다”는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일을 만든 것은 ‘코로나19’라는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전염병이다. 문제는 그런 일을 직접 겪고 있는 것이 지금의 우리들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해 12월 말 경이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1월 20일에 첫 번째 감염자가 나타났다. 그 뒤로 지금까지 흐른 시간은 불과 50여일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말 그대로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2019년 12월 말이나 2020년 1월 20일 이전에 우리가 알던 세상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집밖과 사람 간의 접촉을 극도로 기피하는 단절, 무엇보다 나 자신과 가족을 ‘코로나19’의 감염으로부터 지키고 싶어 하는 안전에 대한 강렬한 욕구, 집 안에 머물면서 세상과는 오로지 스마트폰과 컴퓨터 이메일, 유튜브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만 접촉하려드는 소위 ‘언택트(Untact : 비접촉)’ 같은 것들이다.
게다가 150개가 넘는 국가들이 입출국을 막는 바람에 이 나라를 떠나려고 해도 떠날 수조차 없는 현실 속에서 우울과 좌절, 분노만이 사람들과 사회,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우리의 생활과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또 무슨 일들이 벌어질까?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에 이에 관한 조사를 실시한 글로벌 통합 정보 분석 기업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때문에 경제 전반에 걸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며, ‘코로나19’의 여파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될 전망이라고 한다. 이것을 기업들의 말을 기업들의 입장에서 해석하면 한 마디로 “올해 장사는 끝난 셈이나 같다. 지금 기업들이 겪는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은 말 그대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나 같다.
◆변화 1 : 오프라인 세상은 가고, 온라인 세상이 왔다.
‘코로나19’ 때문에 벌어진 가장 큰 변화는 오프라인 중심의 세상이 온라인 중심의 세상으로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닐슨코리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의 확산으로 국내 온라인 및 오프라인 구매 채널 간 전이현상(뒤바뀜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자료로 닐슨코리아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구매채널 간의 매출 변동 데이터를 제시했다.
우선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을 기준으로 삼아서 보았을 때, ▲할인점 ▲체인대형점 ▲조합마트 같은 오프라인 채널의 구매가 1월 20일 이전 기간 대비 높아졌으나, 국내 확진자 수가 확산되기 시작한 1월 마지막 주부터는 외출에 대한 제약과 공포심이 형성되면서 ▲온라인 채널로 구매 형태가 빠르게 변화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2월 중순 기준 온라인 구매 건수는 1월 대비 28% 증가했으며, ▲오픈 ▲소셜 ▲할인점과 같은 주요 온라인 앱의 이용 시간은 1월 대비 19%가 증가했다(2020년 1~4주차 대비 5~8주차).
다만 온라인 구매 채널 상 위생 및 비축형 식품의 재고 부족과 배송 지역 제약 등으로 인해 개인대형슈퍼 등 근린형 채널을 위주로 다시 오프라인 구매 채널로 수요가 집중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위기 상황 속에서 생활 밀착형 채널의 역할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2020년 7주차 대비 8주차 개인대형슈퍼 채널 구매 건수 32% 증가).
◆변화 2 : 위생 관련 품목, 비축형 식료품?밀폐용기 품목 등이 동반 성장
판매 변화가 가장 빠르게 드러난 오프라인 채널에서는 판매액이 200% 증가한 액상비누를 비롯한 위생 관련 품목뿐만 아니라 비축형 식료품의 판매량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전통적인 비축형 상온(常溫) 제품 카테고리에서는 ▲즉석 국·탕·찌개가 44%, ▲냉동 및 냉장 제품에서는 냉동피자가 23%, ▲냉동까스가 18% 성장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삼아서 볼 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계속될 경우 가정간편식 (HMR) 관련 품목의 가정 내 비축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집에서 요리한 음식을 보관하는 용도의 밀폐용기 품목에서 유리 밀폐용기는 26% 증가했으며, 기호식품인 커피 캡슐 제품은 15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가정 내에서 대체가 가능한 품목들의 성장이 주목된다(2019년 1~7주차 대비 2020년 1~7주차).
특히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격상되면서 외출 및 외식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대표적 외식 시장인 프랜차이즈 업계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국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카페에서의 결제 건수는 16%, 확진자가 집중된 대구의 경우에는 39%가 하락해서 주식(主食) 개념인 햄버거, 치킨, 피자 등의 먹거리보다는 카페와 같은 비(非) 주식 업종의 감소가 두드러졌다(2020년 7주차 대비 8주차).
◆앞으로의 전망
이런 조사 결과와 관련해서 ‘닐슨코리아 커넥트(Connect)’의 최경희 대표는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태 때의 상황을 바탕으로 삼아서 유추해보면 ‘코로나19’ 관련 여파는 앞으로 ▲거시적인 경제 지표의 불안정과 ▲소비재(Fast Moving Consumer Goods·FMCG) 시장의 위축, ▲소비자의 생활 패턴과 소비 행태의 변화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한 “특히 외부 활동과 관련이 있는 소비 행태의 위축은 확진자가 집중된 대구 지역뿐만 아니라 국내 전체적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를 점점 ‘언택트(Untact) 홈(Home)족’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희 대표는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소비 위축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는 중·단기적 차원의 대응 마련이 중요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닐슨코리아는 ‘코로나 19’의 여파에 관한 시장 조사를 지속할 계획이다. 아울러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내 및 글로벌 보고서 시리즈를 발간할 예정이며, 3월 중순과 하순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유통 및 소비재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으로 있다.
참고로, 닐슨(뉴욕증권거래소 티커심볼 NLSN)은 전 세계 소비자와 시장에 관한 가장 완전하고 신뢰받는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글로벌 시장 성과 측정 및 데이터 분석 기업이다.
닐슨은 2개의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닐슨 글로벌 미디어’는 미디어 및 광고업계에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준과 지표를 제공한다. ‘닐슨 글로벌 커넥트’는 소비재 제조업계와 유통업계에 가장 정확하고 적용 가능한 데이터와 인사이트(통찰)를 제공해 이를 기반으로 복잡하고 변화하는 시장에서 기업이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닐슨은 ‘S&P 500대 기업’으로 전 세계 인구의 90% 이상을 커버하는 10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또한 자사의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 소스들을 융합해 전 세계 고객사들이 ‘현재’와 ‘다가올 미래’의 현상들에 대해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가장 적절한 실행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코로나19’가 조명업계에 몰고 올 변화
이런 닐슨코리아의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핵심 포인트는 분명하다. 그 포인트들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안전(Safety) ▲정보(Intelligence) ▲비접촉(Uncontact, Contactless) ▲온라인(Online) 쇼핑 등 4개이다.
이 키워드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풀어쓰면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의 안전을 지키고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광고가 아니라)를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원하며,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이 있는 모든 사람과의 접촉을 극도로 기피하는 대신, 집안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고도 일을 처리하거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의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가 조명업계와 조명시장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안전’이 강조되면서 ‘안전성’이 확인된 제품의 판매는 늘어나고,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조명업체들은 자기 회사 제품이 ‘안전한 제품’임을 확실한 근거자료로 입증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정보’와 관련해서는 자기 회사와 제품에 대한 충실한 정보를 거래업체와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이 참고가 될 것이다. 문제인 대통령은 지난해 청와대에서 국무위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마련하더라도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다면, 그런 정책은 없는 것이나 같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비접촉’ 트렌드와 관련해서 조명업체들이 기억해야 할 점은 구매업체나 소비자와의 접촉이 감소하면 할수록 이런 상황을 극복할 대책 마련이 절실해진다는 사실이다. 그 대안은 바로 ‘온라인’을 통한 회사와 제품에 대한 정보의 제공이다. 충실한 정보 제공이 신뢰를 불러오고, 축적된 신뢰가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조명업체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생존과 성장을 이어나갈 수가 있을 것이다.
◆‘완전히 달라진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
앞에서 닐슨코리아가 조사 자료와 결과를 통해서 기업들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은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소비자가 달라졌다. 소비빙식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이런 변화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닐슨코리아는 제시했는데, 그것은 “변화에 맞춰서 기업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국내 조명업체들이 바라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모든 기업은 결국 시장과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시장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비결은 시장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적당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시장과 소비자가 변하면 신속하게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한 마디로 시장과 소비자, 그리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바람이 불 때는 바람이 불어오는 쪽이 아니라 바람이 불어가는 쪽을 바라보아야 하는 법이다.
/김중배 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