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조명업체 간 법률 분쟁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사진은 ‘2019 광저우국제조명전시회’의 현장 모습.(사진=김중배 大記者) © 한국건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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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나라에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있었다. 집집마다 있는 곳간, 즉 재물을 쌓아두는 창고가 가득 찰 정도로 재산이 넉넉하면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해져서 이웃에게 ‘인심’을 베푸는 일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속담에는 또 다른 뜻이 숨어 있다. 그것은 “곳간이 넉넉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인심도 그만큼 각박해진다”는 사실이다. “당장 내 배가 고프고, 나의 생활이 궁핍한 판에 남에게 재물을 나누어주는 인심(여유)를 어떻게 베풀겠느냐?”는 ‘현실적인 시각’이다.
이런 세상살이의 이치는 오늘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업게 안에서 각종 법적 분쟁이 계속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알토-피디아이 간 디자인권 침해 분쟁 사례
예를 들어서 국내 조명업계에서도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에 걸쳐서 각종 법적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에 이르는 동안 조명업계에서는 주목할 만한 법률 분쟁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 특히 조명업체들의 눈길을 집중시켰던 것은 (주)알토와 피디아이(주) 간에 전개됐던 ‘디자인등록제품’에 대한 카피 행위 관련 소송이다.
이 소송은 피디아이(주)가 (주)알토의 제품(한국 디자인등록 제30-085373호)를 카피했기 때문에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사건은 재판 결과 (주)알토가 승소했으며, 재판에서 진 피디아이(주)가 국내 조명 및 인테리어 관련 다수의 언론매체에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하하면서 비로소 관련 업계에 알려지게 됐다.
이 (주)알토-피디아이(주) 간의 디자인 등록 제품에 대한 카피 행위에 관한 분쟁은 어떤 내용으로 마무리가 됐는지 그 내용이 조명업계에 자세하게 알려지지는 않은 채 표면적으로는 ‘사과문’을 게재하는 것으로 일단락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유수의 조명 메이커인 (주)알토가 디자인권을 갖고 있는 제품을 다른 업체가 카피해서 발생한 법적 분쟁이었다는 ‘사건의 특수성’ 때문에 조명업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했다는 것이 조명업계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주택조명업계를 달군 ‘갤럭시 상표권 침해 분쟁’ 사례
반면에 지난해 하반기에 발생한 소위 ‘조명쟁이 갤럭시 상표권 침해’ 관련 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지난해 중반에 조명 부문에서 ‘갤럭시’라는 상표를 보유하고 있는 조명업체인 ‘조명쟁이’가 조명기구의 제품명으로 ‘갤럭시’라는 이름을 사용한 다수의 국내 주택용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을 ‘상표권을 침해했다’ 면서 사법기관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하반기에 진행된 사법기관의 조사와 올해 연초에 판결이 난 특허부문의 ‘상표권 무효소송’을 거쳐 지금은 제3라운드인 ‘상표권 침해로 인해 (상표권자가) 입은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으로까지 확대된 상태라고 한다.
이 사건은 소송에 연루된 국내 주택용 조명기구 제조업체들의 숫자만 해도 수십 개에 이른다는 면에서 ‘한국 조명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법률 분쟁’으로 꼽을 만하다는 것이 조명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특히 형사 고소-특허재판-민사재판 등 dl 사건과 관련해서 쟁송(爭訟)을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재판을 잇달아 벌이면서 진행 중이라는 점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한 국내 조명업계의 관심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고 조명업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 ‘갤럭시 상표권 침해 소송’은 법조계의 관심도 높아
이 사건과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사재판의 내용이다. 이 민사재판의 핵심 논점은 아무래도 “해당 조명업체들이 ‘갤럭시’라는 이름을 자기 회사 제품의 이름으로 사용한 것이 과연 ‘상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느냐?” 라는 데 모아질 것이라는 게 조명업계 및 법조계 관계자들의 견해이다.
왜냐 하면 조명쟁이가 갖고 있는 ‘갤럭시’라는 상표를 상표가 아니라 제품명으로 사용한 것을 법원(재판부)이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상표권이 침해된 사례는 국내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일부 법조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제기된 상표권 침해 분쟁은 대부분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표를 제3의 업체가 도용해서 똑같은 상표로 모방품을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영업상 이익을 침해했다는 것이 소송의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법조인은 “그렇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갤럭시 상표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판 결과는 국내 법조인들로서도 쉽사리 그 결과를 재단(裁斷)하기 어렵고, 그만큼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을 것”고 설명했다.
일부 법조인들은 “결국은 이 재판에 참가하는 원고(조명쟁이)와 피고(해당 조명업체)들이 관련 법조문과 판례를 얼마나 깊이 있게 연구하고, 얼마나 날카로운 법리(法理)를 구사해 재판부(裁判部)를 얼마나 설득하느냐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재판정에서 따져봐야 할 미묘한 부분들이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재판이 어떤 판결로 매듭지어질 것인가는 각각의 재판에 임하는 해당 조명업체가 행(行)한 법률행위(상표권 침해)의 내용과 정도, 법률적 대응능력에 따라서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왜냐 하면, 같은 소송이라고 해도 해당 업체마다 디자인권을 침해한 내용과 상황, 정도가 각각 다를 수가 있고, 재판에 대한 판단 역시 각 재판부마다 독립적으로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국 이 ‘갤럭시 상표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 결과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만 이런 법적 분쟁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국내 조명업체들의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발명특허권이나 제품의 디자인권, 상표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이를 침해한 업체에게는 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겠다는 인식 또한 높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김중배 大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