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조명평론가. ©한국건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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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 전체가 ‘아파트 가격’ 때문에 난리입니다. 이번 정부가 들어선 뒤에 가장 먼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는 것이었는데, 이 부동산 정책을 3년 동안 줄기차게 추진할 결과 서울과 수도권 일대 도시들의 아파트 가격이 평균 잡아 약 54% 정도나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고 하더니 오히려 아파트 가격만 왕창 올려놓았다”는 불만과 “아파트 값만큼은 확실하게 잡겠다는 정부의 말만 믿고 아파트를 구입하지 않고 버텼더니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 이번 생(生)에는 아파트 하나 장만하지 못하고 죽게 생겼다”는 원망까지 남녀노소 구분 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불만과 원망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자기 집을 가진 사람, 자기 집을 갖고 전세나 월세를 놓는 사람과 자기 집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전세와 월세를 전전해야 하는 사람들로 나누어져서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고, 마치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나 된 것처럼 싸우는 풍조까지 생겨난 것입니다.
역사책을 보면 이렇게 시작된 국민 간의 대립이 급기야 내분과 내란, 내전으로까지 치달은 사례가 수도 없이 실려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은 ‘아파트 가격’을 두고 감정적인 내분 상태에 들어가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위냐, 아파트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런 와중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청와대 비서실 직원과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서울 강남 지역과 서울 시내, 과천을 비롯한 수도권 도시, 세종시 등에 자기 아파트를 2~3채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심지어 청와대 비서실의 한 수석비서관은 비서실장이 “7월말까지 2채의 아파트 중 1채는 팔라”고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팔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 사직서를 내고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대한민국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란 자리의 가치가 강남 아파트 1채의 값보다도 못하다”는 세평(世評)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기 마음대로 수석 비서관들에게 아파트를 팔라 말라 얘기를 했겠느냐? 비서실장이 그런 말을 한 배경에는 아마도 비서실장보다 더 높은 분의 의중(意中)이 실려 있지 않았겠느냐”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 나돌기도 했습니다.
이런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강남 아파트 매각’ 논란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내가 문제의 청와대 수석비서관이었다면 강남의 아파트 1채를 팔고서라도 수석비서관이라는 권력의 자리를 지켰을 것이냐? 아니면 실거래가가 19억 5000만원에 이른다는 강남 아파트 1채를 지키기 위해서 수석비서관이란 자리를 포기했을 것이냐?”에 대해서 한 번씩은 생각해 보셨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질문
그렇다면 이 문제를 생각해 본 우리나라 국민들이 내린 결론은 어느 쪽일까요? 어떤 분들은 “강남 아파트 1채를 지키기 위해서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라는 자리를 차버렸다는 오명(汚名)을 역사에 남기느니 아깝더라도 강남 아파트 1채를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셨을 것입니다.
반면에 “이미 임기 말에 이른 청와대 수석비서관 자리를 지키기 위해 20억원에 육박하는 강남의 아파트 1채를 포기하는 것이야 말로 천하에 둘도 없는 바보짓이 아니냐? 나는 죽어도 그렇게는 못 하겠다”는 결론을 내리셨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렸든 그것은 국민 각자의 판단과 선택의 문제일 뿐, 어느 쪽이 옳다거나 어느 쪽이 틀렸다고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질문에 숨어 있는 ‘문제의 핵심’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질문은 “당신은 명분을 지키는 사람인가? 아니면 실리를 택하는 사람인가? 어느 쪽인가?” 하는 것과 이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은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가?”와 “그래서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에 대한 물음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면 국민 여러분께서는 이 질문이야 말로 이 세상의 어떤 칼보다 더 날카로운 ‘비수(匕首)’를 감추고 있는 ‘무서운 질문’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질문은 백주 대낮에 칼을 들고 달려드는 강도보다도 더 무서운 것입니다. 대답 하나, 판단 하나, 선택 하나에 자기의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뒤집히거나 몽땅 날아가 버리는 파괴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와대의 어느 수석비서관은 강남의 아파트 1채를 팔지 않은 채 사직서를 내고 물러났습니다. 요즘 흔히 나도는 말로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라는 직(職) 대신 강남의 아파트라는 집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 선택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요? 쉽게 말해서 그 분은 ‘꽃다운 이름’을 역사에 기록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아름답지 못한 이름’의 주인공으로 역사에 기록을 남기게 될까요?
그것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