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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직업윤리’가 무너진 나라
한국건축신문 기사입력  2021/04/12 [14:49]

 

한 변호사단체와 시민단체가 제3기 신도시 건설 대상지역에 LH공사의 직원들이 땅 투기를 한 사실을 고발한 이후 온 나라가 공직자들의 땅 투기 문제로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정부의 조사를 통해서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공직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땅 투기를 한 사례는 그 수를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땅 투기를 한 대상은 비단 제3기 신도시 건설 예정지구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포함해 전국 방방곡곡인 것으로 확인이 됐다.


지금까지 정부의 발표를 통해 밝혀진 것만 해도 땅 투기 사건은 수 십, 수 백 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모르긴 몰라도 이것마저도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들은 생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공직자들의 땅 투기 사례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번 땅 투기 사건을 바라보는 공직자들의 인식과 행태이다.


비근한 예로, 이번 ‘LH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LH공사의 한 직원은 며칠 전 SNS에 “이런 일은 LH공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이 LH공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복지 혜택이다. 그런 일을 갖고 실력이 없어서 LH공사에 입사하지 못한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게 배가 아프면 너희들도 LH공사에 들어오면 되지 않느냐?‘라는 취지의 글을 올려서 국민들의 공분(公憤)을 샀다.


또 다른 공직자는 “그럼 LH공사 직원은 부동산 투자도 하지 말라는 말이냐?”면서 “누구나 하는 부동산 투자를 LH공사 직원이 했을 뿐이다. 공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 투자를 한 것을 갖고 국민들이 너무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글을 SNS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공기업에 다니는 공직자 신분인 사람이 업무상 알게 된 정부의 신도시 건설 계획에 관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고, 그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올린 것을 두고 ‘단순한 부동산 투자’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한심하고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 하면, 모든 공직자에게는 국가와 국민, 그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직에 출사(출사)한 사람들은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아래로는 공공기관이나 단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임시직 또는 계약직 사원에 이르기까지 업무상 비밀에 속하는 미공개 정보를 개인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것은 불법을 저지르는 행위에 해당한다.


그것은 국가의 정보를 탈취하는 것이요,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공무원의 기본적 직업윤리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국내 법률은 이런 행동을 업무상 배임으로 무겁게 처벌을 한다. 또한 민간 부문의 국민이 누려야 할 이익을 중간에서 가로채 자신의 재산을 늘리는 절도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동을 저지르고도 “공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누리는 복지 혜택”이라거나 “누구나 다 하는 부동산 투자일 뿐”이라고 항변하는 것은 그들이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준법정신과 공직자의 직업윤리에 대해서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일반국민들에게 전세금이나 월세를 재계약할 최대 5% 이상 올리면 처벌을 하는 소위 부동산 3법 정책을 직접 입안한 청와대 정책실장과 그 법을 국회에서 발의한 국회의원이 법률의 시행 전에 전세 계약을 서둘러 진행하면서 적게는 9%, 많게는 24%까지 월세나 전세보증금을 올려받았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이것이야 말로 앞에서는 부동산 약자인 서민들을 위하는 척해놓고 뒤에서는 그들의 피눈물을 짜서 자신의 배를 불린 전형적인 부동산 갑질이 아니고 무엇이라는 말인가?


이런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와 양두구육(羊頭狗肉), 후안무치(厚顔無恥) 식의 행동들을 보면서 국민들이 깨달은 것은 어떤 사람들이 앵무새처럼 말했던 공정이나 공평, 정의 이전에 공직자들이 헌법과 법률, 직업윤리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감시, 감독하고 처벌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확산되는 현실을 반영해서 우리 신문도 공직 부문과 민간 부문을 가리지 않고 준법정신과 올바른 직업윤리를 정립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지금은 나라 전체에서 준법정신과 직업윤리를 바로 세우는 것이야 말로 이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시대정신’이요 ‘시대적인 사명’인 까닭이다.

 

 

 

기사입력: 2021/04/12 [14:49]  최종편집: ⓒ architectur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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