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서는 쉽게 보기 드문 일이 잇따라 일어났다.
국내 디지털 온라인 쇼핑몰의 원조 격인 인터파크가 갑자기 회사를 팔겠다고 내놓더니, 국내 가구와 인테리어 자재 시장 최대, 최고의 1등 기업인 ‘한샘’이 기업 매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두 회사는 모두 해당 산업 분야의 원조(元祖)들이다. 게다가 인터파크는 최근 들어 후발주자들의 추격 때문에 위상이 축소되고 매출과 수익성도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한샘은 연간 매출액이 2조원이 넘고 시장에서 1등 기업으로 순항을 하고 있는 업체다. 이런 업체를 다른 사람도 아닌 회사 창업자가 매각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두 기업들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회사 매각을 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인터파크의 경우 쿠팡과 같은 후발주자가 미국에서 상장을 하면서 ‘한국의 아마존’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늦기 전에, 한창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팔 수 있을 때 매각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한샘도 마찬가지다. 창업자의 뒤를 이을 자녀가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회사를 더 키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회사나 사모펀드 같은 투자자의 손에 기업의 미래를 맡기는 것이 회사나 임직원들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욱이 지금은 한샘이라는 기업의 매각 조건이 한껏 높아진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이 인수합병의 적기(適期)임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창업자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기업주나 창업자가 자기가 만든 회사를 팔겠다고 내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자기 손으로 키운 자식과 인연을 끊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회사를 이어받을 자녀가 없는 창업자 중에는 1원 한 푼 받지 않고 직원 중에서 회사를 이어 나갈 사람을 찾아 넘기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인터파크나 한샘의 창업주들이 동시에 회사를 매각하려고 하는 데는 “나름대로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견해까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 심모원려가 무엇이었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은 창업주가 회사를 자기 손으로 파는 나라가 됐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한 마디로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기업을 오래 경영해본 사람들이 “여기서는 더 이상 기업을 경영해 봐야 좋을 것이 없겠구나!” 하는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것이 어느 쪽이었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 2개가 매물로 시장에 나와 있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부디 두 회사의 매각 작업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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