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조명평론가. ©한국건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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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초에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시에서 처음 감염자가 확인된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이 중국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 대유행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올해 1월 21일 첫 번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견됐으며, 지난 4월 21일 오전 0시 현재 누적 확진자 1만 683명, 사망자 237명을 기록했습니다.
그 여파로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고, 식당이나 상점, 기업, 공장, 학교 등 거의 모든 경제 활동과 사회 활동이 중단되었습니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은 2월 이후 매출이 급감해서 한달한달을 버티기가 힘이 든 고통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저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19’가 발생한 뒤에는 가급적 외부로 나가지 않고, 전화나 이메일을 이용해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유스럽게 거리와 업체를 나다니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체험’을 통해서 배운 ‘등산의 방법’
그래서였을까요? 오늘은 책상 앞에 앉아 마감기사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틈만 나면 혼자서 등산을 다니던 기억이 나더군요.
사실 저는 초등학교 때 시작한 ‘나 홀로 등산’을 통해서 배운 것이 많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등산을 하다가 두 갈래 갈림길을 만나면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를 잘 생각한 뒤에 오른쪽이든, 아니면 왼쪽이든, 2개의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교훈’을 터득하게 된 데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워낙 어린 나이인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혼자서 산에 올라가기를 시작한 저에게는 지도나 나침반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저 산 밑에서 눈에 보이는 길을 따라 무작정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는 것이 그 당시에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등산법’이었지요. 그러다가 두 갈래 갈림길을 만나면 오로지 ‘감(感)만으로’ 오른쪽이나 왼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가보는 수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산을 오르는 것은 사실 매우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평탄해 보이는 오른쪽 길을 택해서 가다보면 수 십 미터에 이르는 낭떠러지 꼭대기가 되기도 하고, 무심코 택한 왼쪽 길을 가다보면 급경사의 길을 만나 눈앞에 보이는 나무뿌리를 붙잡고 거의 기어가다시피 올라가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상황이 되면 이건 ‘등산’이 아니라 사람 하나 없는 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요. 그러다가 지쳐서 나무 그늘 아래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며 걸을 수 있을 만큼 기운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어떤 날은 험한 산길을 간신히 기어 올라갔더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버리는 바람에 뜻하지도 않게 산꼭대기에서 전깃불이 켜지는 서울 시내의 야경(夜景)을 내려다보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 채 앉아있던 적도 있습니다.
이런 ‘좌충우돌식’ 또는 ‘마구잡이식’ 등산을 통해서 제가 배운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등산을 하다가 두 갈래 길을 만나면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잘 생각해서 선택해야 고생을 덜 한다”는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등산을 할 때는 ‘지도’가 필요하고, ‘나침반’으로 방향을 잘 잡아야 하며, 지도를 읽는 ‘독도법(讀圖法)’이라는 것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어른이 된 뒤의 일입니다.
◆공자님이 말씀한 ‘4가지 배움의 방법’
이처럼 사람이 무엇인가를 배우고 터득하는 데는 여러 가지 길이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의 성현이신 공자께서도 일찍이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그 내용이 공자께서 생전에 제자들과 나눈 대화들을 집대성해 놓은 책인 ‘논어(論語)’의 계씨편에 실려 있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깨우치는 것이 빠른 사람)이 상등(上等)이고, 배워서 아는 사람이 그 다음이며(差等 : 차등), 깨우치는데 부족함이 있지만 배우는 사람이 또 그 다음(又其次等 :우기차등)이다. 부족한데도 배우지 않으면 백성 중에서 하등(下等)이다."라는 부분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 대목을 “태어나면서부터 곧바로 아는 사람(生而知之者 : 생이지지자), 배움을 통해서 아는 사람(學而知之者 : 학이지지자), 직접 몸으로 고생을 해서 배우는 사람(困而學之者 : 곤이학지자), 직접 몸으로 온갖 고생을 하고서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困而不學者 : 곤이불학자)”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런 공자님의 말씀에 따르면 등산을 하면서 몸으로 겪는 과정을 통해 “등산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비로소 깨우친 저는 “몸으로 직접 고생고생을 해서야 겨우 배운 곤이학지자(困而學之者)”에 해당한다고 하겠습니다.
◆지금은 ‘학이지지’의 지혜가 필요한 때
지금은 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꽃이 활짝 핀 봄날을 즐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기업 중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참으로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이나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한시라도 빨리 끝나서 모든 것이 과거처럼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내와 해외의 언론매체들을 통해 들려오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의 세계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거나 희망적이지가 않아 보입니다. 우선 지난 4월 7일에는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1930년대에 벌어졌던 대공황보다 더 큰 제2차 세계 대공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닥터 둠(Doom)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3월 25일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점점 더 훨씬 심각한 상태로 변해갈 수 있으며, 대공황(Great Depression : 1929∼1939년)보다 심각한 대공황(Greater Depression)이 돼버릴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가운데 기업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에 완전히 바뀌어버린 세상의 모습, 사람들의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과거 14세기에 유럽에서 발생했던 페스트나, 20세기 초에 발생했던 ‘스페인독감’, 그리고 최근에 발생했던 ‘사스’나 ‘메르스’ 당시에 기업들이 어떤 방법으로 생존을 도모했는가를 배워서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인류의 역사와 과거 속에서 오늘날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극복할 지식이나 지혜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두 번째 ‘배움의 길’인 ‘학이지지자(學而知之者)’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하겠습니다.
글 :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대기자. 조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