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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배칼럼
‘한국 조명 기업’과 ‘기업 정보 공개’
한국건축신문 기사입력  2020/12/30 [08:48]

 

▲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大記者. 조명평론가.     ©한국건축신문

2018년 11월 초에 베트남 조명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업체인 ‘랑동라이팅(Rang Dong Lighting Co., Ltd.)이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한 호텔에서 한국 진출을 앞두고 ’기업 및 제품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행사가 있기 전 ‘랑동라이팅’ 관계자로부터 미리 연락과 섭외를 받고 이날 설명회에 참석했던 저는 그 자리에 온 국내 조명 및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면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국내 조명업계, LED업계, 유통업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업체 관계자들이 거의 다 참석을 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베트남의 조명업체 하나가, 그것도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여는 ‘기업 및 제품 설명회’에 한국의 동종 업체들이 대거 참석을 한 모양새였으니까요.


◆한국 조명시장에 등장한 베트남 조명업체 랑동라이팅
직접 조명 제품을 만들거나 시장에 공급을 해보지 않은 저로서는 어찌 보면 한국의 경쟁국가라고 할 수 있는 베트남에서 온, 어찌 보면 한국 조명업체들의 경쟁업체일수도 있는 ‘베트남의 조명업체’에 국내 조명업체들이 왜 그렇게 높은 관심을 나타내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국내 조명업체들의 ‘랑동라이팅’에 대한 관심은 예상 외로 높아보였습니다. ‘랑동라이팅’이 보유한 생산설비와 인증, 그리고 제품의 품질과 가격에 대한 질문이 계속 이어졌지요.


모두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베트남 조명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업체와 우리 회사가 손을 잡는다면 국내 시장에서나 해외 시장에서나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이날의 세미나가 끝난 뒤 ‘랑동라이팅’ 관계자들은 ‘기업 및 제품 설명회’에 참석했던 업체들을 차례차례 방문하면서 ‘상담’을 벌였다고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중국 제품보다 품질이 높다”는 것을 강조하는 ‘랑동라이팅’과 “그래도 가격이 맞아야 거래를 시작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는 국내 조명업체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밀고 당기기’가 벌어졌다는 뒷얘기도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에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는 왜 조명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 없을까?
이런 ‘랑동라이팅’ 스토리와 관련해서 그 당시에 나왔던 이야기는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제가 가장 흥미진진하게 들었던 이야기는 “한국 조명업계에는 왜 업계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업체(Representative company of the lighting industry in Korea)가 없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 이야기를 꺼낸 분의 말을 요약하면,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산업, 어떤 업종을 가보더라도 그 업계나 산업, 국가를 대표하는 일등 업체는 꼭 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저는 “설마 그럴 리가 있느냐? 한국에도 조명업계를 대표하는 업체가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흔히 ‘한국 조명업계의 4대 업체’라고 부르는 A사, B사, C사, D사의 이름을 꺼냈지요. 그러자 그 분은 “그렇다면 그 4개 업체들의 한국 조명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는 알고 있느냐?”는 질문이 날아왔습니다.


이런 ‘시장점유율’에 관한 질문을 받고나니 사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께서 아시는 바와 같이 1989년 3월부터 시작해서 30년 가까이 국내 조명업계를 오가며 많은 조명업체를 방문하고, 많은 조명업체 대표 분들을 만나왔습니다.


그러나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그 때까지 A사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얼마였는지, B사의 올해 매출액은 또 얼마였는지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니 매출액 다음에 나오게 되는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시장점유율, 수익률 같은 ‘재무정보’에 대해서는 깜깜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제가 처음부터 국내 조명업체들의 기본적인 정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1989년 3월부터 조명업체를 방문하면서 만나는 업체 CEO 분들에게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 같은 것을 물어볼 때마다 분명하게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을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CEO 분들은 “뭘 그런 것까지 궁금해 하느냐?”고 되물으시거나 “김 사장님, 우리 조명업게에서는 그런 것까지 알려고 하면 다칠 수가 있어요” 하면서 웃으시는 경우가 많았지요.


◆‘투명한 정보 공개’는 기업 성장의 출발점
사실 어떤 기업의 매출액이 얼마인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얼마이고 시장점유율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부분은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곳에서나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기본적으로 공개하는 업체정보’에 속합니다.


제가 초임 기자 시절에 출입을 하던 업체들은 ‘홍보실’에 문의하면 즉시 잘 정리된 자료를 건네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업체에서 제공하는 카탈로그만 열어보아도 이런 정도의 자료와 정보는 쉽게 찾아볼 수가 있었지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 조명업체 CEO 분들께서 제가 하는 질문에 왜 그런 반응을 보였던 것인가를 저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내놓고 말하기에는 매출 규모나 시장점유율 같은 것이 미미하다고 생각해서 그러지 않았겠느냐?” 는 것이 나중에 조명업계 관계자 분들이 제게 들려준 ‘대체적인 중론(衆論)’이었으니까요.


그렇기는 하지만, 기업 리스크 관리나 홍보에 관한 해외 석학들의 책을 보면 업체의 정보는 숨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정확하고 솔직하게, 시장과 소비자,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정보를 정확하게, 가감 없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기업이 시장과 소비자, 고객과 대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특히 요즘 세계 각국에서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 그 어떤 세대보다 정직과 공정, 공평, 정의, 신뢰와 같은 ‘윤리적 가치’를 중요시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기업들은 업종을 막론하고 정직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자기 회사에 관한 정보를 시장과 소비자, 고객과 대중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기업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자라는 나무와 같고, 대중의 사랑은 ‘신뢰’라는 자양분이 없으면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인 까닭입니다. 
 /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大記者. 조명평론가.

 

 

기사입력: 2020/12/30 [08:48]  최종편집: ⓒ architectur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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